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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logue

MdirIII. 시대의 선구자 당신을 존경합니다.

by BITINITIALIZE 2009.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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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에 Release된 MdirIII version 3.10입니다.
(지금은 구버전도 자료구하기가 힘드네요. 인터넷에 널려있는 것은 모두 불법 크랙판입니다.)


MdirIII를 아십니까?
이 프로그램은 윈도우98 이후부터 컴퓨터를 접했던 사람들은 거의 모르는 유틸리티입니다.


1990년대 초 가정에 컴퓨터의 보급과 통신 서비스(하이텔/천리안/나우누리)의 확대로 당시 컴퓨터 유저들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위대한 프로그램 MdirIII (이하 'M', '엠디아이알', '엠') 입니다.

새로운 컴퓨터를 사도 셰어웨어였던 'M'과 'V3'는 깔아주는 정도였으니까요.

당시 90년대 초 DOS시절의 모든 사용자들은 기억할 겁니다. 컴맹들도 컴퓨터 부팅하자마자 'm'부터 쳤으니까요.
'MdirIII', 안철수 님의 'V3', 임형택 님의 'Turbo Vaccine' 이 3가지는 거의 모든 PC에 있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습니다.




01. 'M'이 위대한 이유

첫번째, 수 많은 대한민국의 컴맹들을 자유롭게 해주었다.

'M'은 정확히 말하자면 Shell 유틸리티입니다. 지금 쉽게 생각하자면 "윈도우 탐색기"쯤 된다고 할까요?

당시는 거의 모두가 Microsoft DOS + Windows 3.1을 사용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Windows 3.1은 아직 독립적으로 완전한 OS의 틀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Windows 95도 설계상의 문제로 DOS와 공존할 수 밖에 없었고 95 이후 98도 여전히 DOS를 버리지는 못했습니다.

MS가 Windows 95를 대대적으로 언론에 홍보하며 온통 핑크빛으로 진정한 32비트 운영체제라고 선전했지만
여전히 DOS를 버릴 수 없는 태생적 한계때문에 반쪽짜리 운영체제 내지는 24비트 운영체제라고 비판받았습니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여전히 DOS 명령어를 알아야만 했고 알면 파워유저, 모르면 컴맹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한마디로 'M'이 없었으면 아무것도 못했으니까요. 그저 dir치고 exe찾아서 실행하면 양호한 수준이었죠.
도스상에서 format하고 fdisk로 파티션 나누는 것도 "숙달된" 사용자들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DOS 6.x 완전정복이란 약 4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구매해서 달달 외우다시피 공부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책 이름은 정확한것 같은데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도 책 내용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책을 다 읽고, Autoexec.bat, Config.sys를 자유자재로 만들고 멀티 부팅에 온갖 명령어를 화려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자 Mdir이 없는 PC에서도 모든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교무실도 툭하면 불려갔죠 =_= 컴퓨터가 이상하면 무조건 저부터 찾았으니까요.
심지어는 ARJ 압축 하나 풀려고 교무실에 PC에 간 적도 있었죠. 
Mdir이 없어서 선생님들이 아무도 압축을 못풀고 있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만큼 M에 의존적이었지요.

믿을 수 없다고 하시는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윈도우 탐색기없이 cmd창에서 명령어만으로 파일이나 폴더를 복사할 수 있습니까?
파일을 숨김 속성으로 만들거나 디렉토리를 만들고 삭제하거나 파일을 압축할 수 있습니까?

당연히 할 수 있는 사람은 귀찮고 할 수 없는 사람은 답답하겠지요.
이렇듯 도스 명령어를 알든 모르든 MdirIII은 당시 모든 컴퓨터 사용자에게 대단한 편리함을 주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DOS 명령어를 몰라도 압축/복사 등의 작업을 할 수 있고, 아는 사람은 타이핑 하는 수고를 덜어서 좋았던거죠.


두번째, '컴맹인 여자친구를 위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네. 거짓말이 아닙니다. 이게 바로 MdirIII가 개발된 이유입니다.
철없는 솔로들이 어찌 생각할지는 알 바 아니지만 정말 멋진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아직 철없던 학생일 뿐이었던 제게 프로그래머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니까요.
MdirIII의 숭고한 목적은 제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세번째,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뛰어났다.

CUI와 GUI 둘 중에 무엇이 우월한가를 논할 생각도 없고 논하기도 귀찮습니다.
확실한건 당시 셸 유틸리티는 M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노턴 유틸리티에서도 제공하고 있었고
MS에서도 도스셸이라는 이름으로 도스에 포함하여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사용해봤기 때문이 아니라 이것저것 사용해보아도 단연코 M이 가장 우월했다고 봅니다.
M은 한국에서 만들어져서 선택받은게 아니라 좋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 몇 가지 뽑아보자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색상 설정 : 지금 Windows Vista에 Aero인터페이스를 접한 이들이 보면
256컬러 색상에 텍스트 인터페이스가 별 것 아니지만 당시엔 멋졌습니다.
M에서 어떤 색상 조합이 가독성이 좋은지 사용자들끼리 토론도 있었고
WinM 시절에는 색상 조합 이벤트도 있어서 LCD모니터랑 프린터를 상품으로 내걸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강력한 단축키 : 수많은 단축키가 있었고 와일드카드를 사용해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했습니다.
이것은 곧 빠른 작업과 다양한 태스크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빠른 속도, 낮은 점유율 : 요즘엔 남아도는 CPU에 남아도는 메모리를 사용하면서 고작 게임만으로
프로그램 최적화를 논하고 있지만 당시엔 640kb라는 제한된 기본 메모리를 사용했기에 사용자들이
XMS, EMS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야 했고 도스환경에서 게임을 하려면 최대한의 기본 메모리를 확보해야 했습니다.
이 점에서 M은 완전히 합격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실행 속도가 굉장히 빨랐고 메모리를 거의 점유하지 않는 기능도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혁신적이었죠.



02. 'M' 역사의 저 편으로

Windows 95가 활성화되면서 'M'이 바로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도스에서만 실행되는 게임이나 어플리케이션은 여전히 존재했고 따라서 도스상에서 파일/디렉토리를
관리해야 할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8.3 이름 형식만을 사용했던 도스에서 Windows 95로 넘어가면서 
긴 파일이름이나 긴 디렉토리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M에서도 빠르게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Windows 95는 대단히 많은 버그를 가지고 있었으며 재설치하는데 40~50분 정도 걸렸는데
사실 잘 모르는 분들은 윈도우가 문제 생기면 재설치를 해야했고, 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은 그럴 필요도 없었죠.
Windows 95가 도스를 버릴 수 없는 이유 때문입니다.

당시 Windows 95에는 종료 옵션중에(98까지도 존재함) "DOS모드로 재시작"이 있었는데 말그대로
윈도우를 종료하고 도스 프롬프트 모드로 빠져 나가는겁니다.
윈도우를 실행하고 싶으면 언제라도 win.com을 치면 할 수 있었고 Windows 95 설치한 후에도
원하면 기본 부트 모드를 DOS/Windows로 바꿔서 구성해둘 수가 있었습니다.
윈도우는 운영체제가 아니라 도스 기반에서 돌아가는 어플리케이션이라고 혹평받을 만도 했죠.

아무튼 DOS모드로 재시작이 있기에 윈도우를 새로 설치하게 되면 기본적인 프로그램 설치를 한 다음에
Program Files(Progra~1) 디렉토리와 Windows 디렉토리는 통채로 압축해놓고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압축을 해제해서 언제라도 새것처럼 사용하는 트릭이 가능했습니다ㅋ
압축 푸는데 5~10분이면 언제라도 방금 설치한 것과 같은 윈도우와 프로그램들이 있으니까요.
당연히 이러한 작업은 MdirIII에서 단축키로 지정해놓고 한번에 간편하게 할 수 있었죠.

계속 Windows 95를 거론하는 것은 이 때가 MdirIII에 시기적으로 안좋았던 때입니다.

첫번째로 Windows 95라는 악재도 있었습니다. 악재로 작용하는 이유는 Windows 내에서
사용하기 편리한 탐색기를 제공했으니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들은 탐색기에 길들여져 갔으며
(특히 M을 모르고 바로 Windows 95를 처음 시작하는 사용자) 응용 프로그램들도 빠르게 
Windows 전용으로 출시되면서 'M'의 자리는 줄어들었습니다.

두번째는 크랙입니다. 통신망(특히 사설 BBS)에서는 불법 복제가 판을 치고 있었고
심지어 MdirIII 크랙만을 전문적으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다음은 도스용 마지막 버전이던 MdirIII v3.10에 포함된 문서이며 MdirIII 개발자가 직접 작성한 내용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불법 복제는 심각한거죠. 
위에 Read Me에도 암시되었듯이 도스용 MdirIII v3.10을 마지막으로 버전업은 중지되었습니다. 



03. 'M'의 부활? WinM 출시

Windows 98을 쓰다가 군 전역을 하고 보니 m에 대한 기억도 다 까먹었는데 아는 사람으로부터
WinM이 아직도 나오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시엔 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C언어를 공부할 때라
더욱 더 빨리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요.




2002년에 마지막으로 출시된 WinM의 베타 화면입니다.

당시 WinM을 만드신 분께서 'm'을 가지고 (주)한빛인포텍에 개발팀장으로 입사하게 됩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회사가 아니라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불법복제가 너무 심각하니까요.
그러나 통신망에서 속을 썩이던 불법복제 문제는 인터넷으로 넘어오면서 더욱 심각해졌고 윈도우 탐색기와
별 다를 바 없다는 이유로 몇 몇 사용자들의 병신같은 이유로 WinM은 평가절하됩니다.
회사에서도 'm' 그리고 'WinM' 과 관련하여 몇 가지 트러블이 있었다고는 하는데 내막은 모르기에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결국 개발자님께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회사소유의 지적재산권인 'm'과 'WinM'은 말그대로 사라지게 됩니다.

WinM은 지금 인터넷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고 XP에서는 특별히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돌아갑니다.
지금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것들은 시리얼이 포함된 불법 배포판이 대다수인데 개인적으로 불만입니다.
회사가 망했을지언정 회사에서 돈주고 산 것이 아니라면 시리얼을 빼고 배포해야 하는 것 아닌지.....
또 하나...도스 시절때부터 대 놓고 크랙 배포했던 S.K.T라고 하는 크랙 팀이 있습니다. 반성해라 이 그지 새끼들아.



04. 여전히 'M'을 기억하며

좋은 프로그램이 사장된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컴맹인 여자친구를 위해서 MdirIII를 개발하셨고 결국 "여자친구"분과 결혼하셔서 아이까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는 IT쪽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 옛날 암흑기에 M처럼 뛰어난 프로그램을 개발하신 분이
IT를 떠난것에는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결혼은 하셨으니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M'을 사용했던 시절에는 C언어를 공부하는 초기라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 항상 신기했고
정말 멋지고 부럽다는 생각밖에는 없었습니다.
이제는 더 좋은 'M' 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지금도 돌이켜보면 'M'은 여전히 선구자이며
충분히 존경받을만 합니다. 정작 내겐 'M'과 같은 유틸리티를 만들고자 하는 열정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지만...

앞으로 한 10년이 지나도 MdirIII를 만드신 "최정한"님과 MdirIII에 관한 이야기는 기억될 것입니다.

프론티어라는 말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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